한국에서 가장 비싼 집은 어디일까? 국토해양부에서 해마다 발표하는 공동주택가격에 따르면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트라움하우스 5차가 50억4000만원으로 2년 연속 공시가격 최상위 주택의 영예(?)를 안았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거래는 알 수 없지만 만약 거래가 이뤄진다면 최소 80억원에서 110억원을 호가한다고 한다. 대한민국 상위 0.01%만을 위한 주택이다 보니 부르는 게 값이고 시세라는 것은 없다. 다만 사고 파는 사람의 입장만 있을 뿐이다.
대한민국 최고가 주택을 찾은 주말 오후. 인근 중개업소를 들러 이야기를 들어봤다. 처음 문을 두드린 중개업소 관계자는 트라움하우스에 대해 이야기를 들으러 왔다는 말에 금방 손사래를 친다.
“우리는 그 곳의 매물은 취급하지 않아요”라며 이야기 자체를 거부하는 중개업소 관계자는 “(물건이)있을 리도 없겠지만 우리 같은 업자한테 올 집이 아니에요”라며 등을 돌렸다. 최고가 주택을 접근하는 일이 쉽지 않을 줄은 알았지만 시작부터 만만치 않다.
또 다른 중개업소를 찾았다. 이 중개업소도 마찬가지로 트라움하우스의 매물을 취급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곳의 관계자는 트라움하우스 5차의 분양이 완료됐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분양이라고 할 수 없지 않느냐”며 “몇 개의 주택을 사장 개인이 팔고 싶은 사람에게 파는 것이 어찌 분양이냐”고 말했다.
그는 “주택시장을 흐려놓는 그런(트라움하우스) 주택은 취급하지도 소개해 주지도 않는다”며 괜한 역정을 냈다.
30분을 둘러 찾은 한 중개업소 관계자에게서 트라움하우스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인근 지역에서 수 십 년 간 부동산 중개업을 하고 있다고 소개한 그는 트라움하우스를 공급한 건설사 사장과 잘 아는 사이라고 했다.
그가 설명하는 트라움하우스는 18개 주택으로 최고 760㎡(230평형)으로 가격은 80억원을 웃돈다. 공시가격이 50억4000만원이라고 하자 그쪽(트라움하우스)에서 내놓는 가격은 최소가 80억원이고 110억원까지 호가한다고 덧붙였다.
무슨 가격이 30억원이나 차이가 나느냐고 묻자 “어차피 재력가들 사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면서 “관상을 보고 판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가 이야기하는 판매금액은 트라움하우스 사장의 개인 판단에 따라 구매자를 보고 가격을 정한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부르는 게 값’이라는 이야기다.
중개업자의 설명을 듣고 찾아간 현장은 주위를 둘러봐도 찾을 수 없을 만큼 요새처럼 둘러쌓여 있었다. 인근의 빌딩과 고급 빌라들이 ‘보안수비대’처럼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고 트라움하우스 뒤편으로는 낮은 산자락(서리풀공원)이 병풍처럼 휘감고 있었다.
중개업자의 말을 빌리면 ‘군사지역’이라 진입이 불가능하단다. 트라움하우스 3차와 5차(숫자 ‘4’가 갖는 불길한 의미 때문인지 트라움하우스 4차는 없다)의 입구는 같은 곳에 있다.
3차의 출입문은 마치 한 놀이공원의 지하탐험보트의 출발지처럼 시커먼 입을 벌리고 고급 외제 승용차를 집어삼킬 듯한 모습이었고 5차의 입구는 중세 유럽의 성곽을 빼다 박은 듯한 풍채를 과시했다.
이미 현장에 진입하기 위해 들어선 골목 어귀부터 주시하던 보안업체 직원은 ‘낯선 이방인’을 환영하지 않았다. 세명 이상의 직원이 출입구에서 지키고 서 있었기 때문에 입구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시도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직원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이해해 달라며 기자의 질문을 ‘모르쇠’로 일관했다. 한 가지 소득은 모 방송에서 소개된 바와 같이 트라움하우스 내부에는 수영장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견고한 요새 트라움하우스
독일어로 ‘꿈의 주택’이라는 의미를 가진 트라움하우스는 어떤 집일까? 이 주택을 건축하고 판매하는 대신주택 측은 비공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수차례의 취재요청과 공문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공식적인 자료를 내놓고 있지 않은 상태다.
알려진 바 트라움하우스는 핵전쟁에 대비해 200명이 2개월을 버틸 수 있는 방공호와 리히터 규모 7의 지진강도에도 견딜 수 있는 견고한 설계로 유명하다. 지하에서 1층까지 고무·납·강철로 만든 적층고무를 이용해 지면의 진동이 상층부까지 전달되지 않는 면진층 공법이 적용됐다. 방공호도 최고 두께 80cm에 이르러 스위스 안전규정에 적합한 대피시설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각 가구당 전용 엘리베이터가 있으며 전용 로비가 갖춰졌고 6대의 주차공간이 마련돼 있는 그야말로 꿈의 주택이다. 외국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넓고 둥근 수입욕조가 여러 개가 있으며 최고급 자제를 이용한 인테리어로 내부를 장식했다.
해당 면적은 564㎡(171평)에서 760㎡(230평)까지 18가구로 이 중 594㎡(180평)의 경우 방이 8개에 4개의 화장실이 있다. 다른 주택에서 볼 수 없는 또 하나의 특징은 1.5층에 위치한 ‘비밀 방(secret room)’이 있다는 점이다.
◆부가 비용도 상상 초월
그렇다면 트라움하우스 760㎡(전용 273.6㎡)형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드는 비용은 얼마일까? 우선 이 주택의 공시가격을 50억4000만원, 실제 거래금액을 100억원으로 예상해 보자.
이 주택은 취·등록세로 2억5000만원을 내야하고 주택법 상 채권 구입 비중이 3.1%이기 때문에 1억5624만원의 채권구입비가 든다. 이 외에도 법무사 수수료로 320만원과 인지세로 35만원이 든다.
만약 이 주택을 자녀 명의로 증여를 했을 경우 증여세는 누진세를 적용 약 45억2500만원이 들게 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종합부동산세는 한 해 9255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만약 이 주택을 다른 사람에게 팔아야 한다면 납부해야 할 세액은 더 커지게 된다.
이 주택을 구입한 사람이 3년을 보유한 1주택자이면서 20%의 시세차익을 봤다면 비과세 혜택을 얻을 수 있지만 5억9000만~6억원의 양도세를 물게 된다. 물론 비과세 혜택을 받지 않을 경우 시세차액의 60%인 12억원을 납부해야 한다.
◆아파트 최고가는 삼성동 아이파크
주택을 제외한 가장 비싼 아파트는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아이파크 269.4㎡다. 삼성동 아이파크는 지난해에 이어 48억2400만원으로 아파트 공시가격 최대액을 기록 중에 있다.
삼성동 아이파크는 올림픽대로와 내부순환로 등 최고의 교통 여건에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만큼의 백화점과 쇼핑몰 등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는 천혜의 요지에 자리 잡았다. 삼성동 아이파크가 최고가를 달리는 이유는 이 같은 입지에 힙 입은 바 크다.
삼성동 아이파크가 최고가를 달리는 또 다른 이유는 2004년 당시 웰빙 바람이 불면서 친환경 단지라는 특·장점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건폐율 9%에 녹지공간 50%를 상회하는 단지 구조는 주택공사의 주택도시연구원으로부터 최우수 친환경건축물로 인증하기에 이르렀다.
삼성동 아이파크는 2001년 11억~13억원에 분양했으나 현재 금액은 30억~50억원대로 형성돼 있다.
◆뚝섬, 최고가 아파트 판도 흔들듯
하지만 삼성동 아이파크의 독주는 더 이상 지속되기 힘들 전망이다. 뚝섬에 삼성동 아이파크를 능가하는 초고가 아파트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상류층에게만 공급한다며 국내 최고급 아파트를 표방하고 나선 한화 '갤러리아 포레'와 대림 '한숲 e-편한세상'은 현재까지 아파트 분양에서 단위면적당 최고가를 경신했다. 두 아파트의 분양가격은 3.3㎡당 최고 4500만원.
현대산업개발과 두산건설이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1월 분양한 아파트와 비슷한 가격이지만 실제 옵션 경비를 포함하면 가장 높은 가격이다.
분양설명회를 다녀온 한 관계자에 따르면 “뚝섬의 두 아파트 가격은 옵션까지 감안하면 3.3㎡당 5500만~6000만원이 든다”며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고위층이 설명회 현장을 찾아 최고급 아파트의 위력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옵션 포함 실제 거래가격은 최고 65억원을 상회하게 된다.
두 아파트 단지는 최고의 주거시설과 각종 특·장점을 내세워 일반인에게는 공개하지 않는 깜깜이 분양을 진행했다.
한화건설이 230가구 분양한 '갤러리아 포레'는 전 가구가 남향으로 한강과 서울숲 조망이 뛰어난 강점을 가지고 있다. 부부공간을 중점적으로 설계해 프라이버시를 확보했으며 실내에서 자동으로 쓰레기를 이송해 수거하는 시스템이 적용된다. 1409대의 주차 공간과 주차유도시스템을 도입해 빈 주차공간을 찾아 헤매지 않도록 했다.
대림산업에서 분양하는 '한숲 e-편한세상'은 333㎡의 대형면적으로 구성했다. 세계 2위 건축설계업체인 미국의 NBBJ와 공동으로 국내에서는 첫 선을 보이는 유선형 외관 디자인에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이 대림 측의 설명이다. 대림은 모든 가구를 270도의 입체 조망이 가능한 3면 개방형 평면구조를 선택했다.
대림건설 관계자는 “유선형의 거실공간에서는 세 방향의 방향을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도록 설계해 한강·서울숲·관악산·남산·북한산을 모두 조망할 수 있는 파노라마 뷰를 가능케 했다”며 “마치 남산타워 스카이라운지를 걷는 듯한 기분이 들 것”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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